8월 3주간 인천 미추홀구에 AI 웹툰 강좌를 들으러 갔다. 직장인 출근 시간, 지하철 3번 환승, 90분 소요 그리고 폭염. 집순이 프리랜서에게는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미션을 가지고, 노트북 봇짐을 맨 최약체 용사는 원정을 떠났다. 오프라인 수업은 고작 4번이었으나 매 순간 고비였다. 알람 소리에 깬 후 ‘10분만 더 잘까, 아니 딱 5분만, 아니 가지 말까…?’ 침대에서 흐물거리며 나와의 싸움을 했다. 그 대가는 혹독한 달리기. 고민할 시간에 얼른 준비하고 나갔으면 널널했을 텐데 나에겐 여유로운 시간도 빠듯하게 만들고 마는 (초) 능력이 있어서 제때 도착하려면 반드시 뛰어야 했다. 4번 중 4번이 그랬다.
가까스로 지하철에 올라탄 나는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강의실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두 번 더 갈아타야 하건만 이미 기진맥진. 에어컨 바람에 열을 식히며 불난 속을 달랬다. 어제 일찍 잘 걸, 아니 오늘 바로 일어날 걸 하고 하나 마나 한 후회를 되뇌다가 도대체 직장인들은, 특히 1시간 이상 장거리를 통근하는 선생님들은 매일 아침 무슨 싸움을 하고 있는 건가… 존경심이 절로 끓어올랐다.
환승 시간을 맞추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오르고, 붐비는 승객들을 요리조리 피한 끝에 지상을 달리는 1호선에 안착. 9 to 6의 9시가 지나서 그런지 선내는 제법 한산했다. 남은 자리 중 가장 쾌적한 곳을 선별해 앉고, 책을 꺼낸 뒤, 조용한 음악까지 곁들이자 꽁무니 뺐던 여유가 솔솔 돌아왔다.
그대로 글을 읽어 내려간 후 20분쯤 지났을까. 긴장이 풀리고 눈꺼풀이 내려갈 무렵, 별안간 시야가 환해졌다. 뭐지? 하고 고개를 드니 맞은편 창밖에 초록이 가득. 스마트폰, 책, 아무튼 내내 바닥을 향하느라 못 볼 뻔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몇 초간 멍- 하니 바라보았다. 그 짧은 순간만으로 분투했던 아침은 꽤 괜찮은 아침으로 변모했다. 나, 오늘도 살아서 여름 한가운데 있구나.
집으로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 창밖의 쨍한 여름 색이 배고프고 피곤한 나를 북돋워 줬다. 그 힘으로 다시 지하철을 3번 환승하고, 90분을 버텨 귀가했다. 비록 맞은편에 사람이 있어서 사진으로 기록해 둘 수는 없었지만, 모르는 이마저도 사연 있는 등장인물이 되어 청량한 여름 영화 한 장면을 완성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문득 발견하는 창밖 풍경은 언제나 마음에 물결을 이게 했다. 해 질 녘, 양화대교 위 버스에서 본 한강은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고향행 기차에서 본 시골 마을은 마음의 얼룩을 소나기처럼 씻겨주었다.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 창밖 풍경은 그야말로 공짜로 주어지는 행복. 스마트폰, 책, 관계, 욕심…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잠깐 내려놓기만 하면 몇 번이고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