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서 탕수육+짜장면 세트를 먹을 때 나만의 철칙이 있었다. ‘반드시 탕수육부터 먹기.’ 짜장면 한 그릇은 몽땅 내 몫이므로,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인 탕수육부터 공략했다. 즉, 내 것은 지키고 남의 것은 빼앗는 작전. 이걸 자랑이랍시고 떠들고 다녔던 나는, 줄 줄은 모르면서 받는 건 당연한 줄 알았던 좀생이였다.
그런 내가 주는 맛을 알게 된 건, Y 언니를 만나면서였다. 영화 현장에서 친해진 그 언니는 만날 때마다 편지와 선물을 준비해 왔다. 처음엔 영문을 모르고 당황했다. ‘축하할 일도 없는데 왜? 나는 빈손이라 어떡해.’ 기쁘면서도 영 송구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나에게 언니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다만, 나도 모르는 내 취향을 찰떡같이 알고 언제나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줄 뿐이었다.
마침내 나도 언니에게 무언가 주기로 결심한 날. 늘 받기만 했던 나는 시작부터 막혔다. 떠오르는 거라곤 죄다 그저 그런 것들. 쇼핑몰에서 추천순, 리뷰 많은 순을 뱅글뱅글 헤매다가, 결국 나는 언니가 뭘 좋아할지부터 찬찬히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아는 언니라면...’ 그렇게 언니와 잘 어울리는 선물을 공들여 고르고, 엽서에 글자를 꾹꾹 눌러 담았다.
결전의 날, 내 선물을 받은 언니는 활짝 웃었다. 그동안 언니가 준 거에 비하면야 소소하기 짝이 없는 데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 모습을 본 내 마음이 꼬물꼬물 움직였다. ‘뭐야, 왜 행복해?’ 주는 게 기쁠 줄은 몰랐다. 보답하려고 준 선물인데, 되레 내가 선물을 받은 기분. 그때 알았다. 사탕처럼 달콤한 이 맛이 바로 주는 맛!
나는 언니에게 배운 대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좁디좁았던 내 마음은 주는 만큼 풍요로워졌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게 무엇일지 골몰하는 시간, 좋아하는 사람이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얼굴, 그 순간이 좋아서 둥둥 뜨는 나. 마음이 좋음으로 가득 찼고, 나는 솜사탕 같은 행복을 느꼈다.
지난겨울, 그날도 언니는 어김없이 선물을 건넸다. 종이 가방 안에 담긴 건 고양이 코스터, 고양이 접시, 고양이 키링. 언니는 고양이 소품을 볼 때마다 내 생각이 나서 모아뒀다고 했다. 어쩜, 고양이라니 좋고말고. 그러나 그보다 백만 배 더 좋은 건 틈틈이 나를 기억해 준 언니의 마음이었다.
내 생활 곳곳에 자리 잡은 언니의 선물을 보며 ‘주는 마음’을 떠올렸다. 내가 받은 건 다름 아닌 사랑. 나도 언니를 닮아, 사랑을 담뿍 나눠야지. 내 곁에 행복이 무럭무럭 자라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