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
지난 18일, 화성시도서관에서 주최한 ‘주간 책편지 독서 친구 팬미팅’에서 있었던 일이다. 세 명의 독서 친구와 사회자가 대담을 나누던 중, 모두에게 건넨 질문. “작가로서 기쁨을 느끼는 순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각자 일하는 분야도, 경력도, 성향도 다르건만 우리는 입을 모아 같은 답을 했다. “독자의 답장을 받을 때죠.”
더 정확하게는 책 후기를 접할 때. 나의 경우에는 거기에 더하여 인스타툰의 댓글, 시옷레터의 답장을 받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책이든 그림이든 우리가 독자에게 띄운 편지에 답장을 받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그게 ‘잘 읽었습니다.’ 같은 짧은 문장일지라도 변함없었다. 작가는 그 무엇도 아닌 답장을 먹고 살았다.
2022년 8월부터 보내기 시작한 시옷레터. 그간, 이 작업에 애정을 가지고 임했으나 갈수록 오픈율은 떨어지고, 구독자 수도 정체되어 ‘이대로 괜찮을까? 여기서 멈춰야 하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거기에 오랜 독자분이 수신 거부까지 하면 내 의심에 선고를 받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참 시무룩하다가 도망치듯 답장 페이지로 가면 도착해있는 편지 하나. ‘재밌게 읽고 있어요.’ 이 한 문장이 얼마나 기꺼운지.
내가 시옷레터를 계속 쓰는 원동력은 오로지 답장, 이 일을 지속하는 것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그 마음 덕분이었다. 독자분의 진심 어린 답장을 읽으면, 벽보고 허공에 날렸던 내 노력이 몇 배로 크고, 따스한 보상으로 돌아왔다. 방황했던 내 마음도 답장 하나면 사르르 녹았다. 답장을 보내는 게 얼마나 번거롭고,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알기에 더욱 그랬다. 정작 나는 못 했으니까. 좋아한다는 댓글 하나 제대로 달지 못했으니까.
일상에서도 내가 원하는 건 늘 응답이었다. 작업물을 보내고 난 뒤 받는 피드백, 친구에게 안부를 물었을 때 돌아오는 인사, 짝꿍에게 “사랑해”라고 고백하면 뒤따르는 담백한 한마디 “나도.” 그뿐이었다. 그거면 계속 나아가기에 충분했다.
세상이 점점 숨 가쁘고, 가벼워질수록 이 응답은 더욱 귀했다. 집마다 있던 유선 전화는 스마트폰으로, 손 편지는 메일과 메신저로, 사람과 나누던 대화마저도 AI로, 모든 게 디지털로 바뀌는 요즘. 차가운 바다를 헤엄치며 내가 자꾸 찾게 되는 건 온기였다. 결코 기계로 대체될 수 없고, 영원히 꺼지지 않을 우리의 마음. 나에게 ‘답장’은 그런 의미였다. 외딴섬에서 아스라이 빛을 비추는 등대를 발견한 듯, 혼자가 아니라고 감싸주는 온기. |